뇌 그리고 관련 과학·의료 기술

꿈의 바이오 컴퓨터, 분자 소자를 이용한 분자 컴퓨터

neoelf 2020. 4. 2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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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바이오 컴퓨터
바이오 컴퓨터란 무엇인가?

뇌의 구조
뇌에도 소프트웨어가 있을까?
신호를 전달하는 전령, 신경 전달 물질


꿈의 컴퓨터를 향하여
뉴런을 대신할 분자 소자, 바이오 소자

분자 소자를 이용한 분자 컴퓨터
바이오 컴퓨터란 무엇인가?
이 세상에는 두개의 생각하는 장치가 있다. 하나는 두뇌이고 다른 하나는 컴퓨터이다. 물론 뇌와 컴퓨터는 아주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 두 가지 생각하는 장치는 서로 다른 과정을 거쳐 발전했다. 뇌는 생물이 수억 년을 진화하는 동안 시행 착오를 거치면서 만들어진 일대 걸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컴퓨터는 현대의 반도체 기술과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인간의 논리적 사고력이 창조해 낸 또하나의 걸작품이다. 컴퓨터는 탄생한 지 불과 40여 년 밖에 되지 않아 역사가 짧지만 그 발전은 놀라울 정도이다.


인간은 아주 오래 전부터 계산하는 도구를 만들어 왔다. 과학이 발달하기 전에는 조약돌 계산기나 주판이 고작이었지만 18세기에 들어와서는 톱니바퀴와 굴대를 이용해 기계식 계산기를 만들어 냈다. 19세기에는 배비지라는 영국의 과학자가 증기 기관을 이용하는 본격적인 기계식 계산기를 설계하기도 했다. 진공관을 이용한 최초의 전자식 계산기가 탄생한 것은 1946년의 일이었다.
그 후 전자 공학의 눈부신 발달로 트랜지스터와 집적 회로가 탄생했다. 컴퓨터가 그토록 짧은 기간 동안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전자 공학 덕분이었다. 만약 트랜지스터가 발명되지 않았다면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과학 기술 문명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진공관은 부피가 크고 전력을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진공관을 이용한 전자 장치들은 크기를 줄이기 어렵다. 따라서 많은 진공관을 필요로 하는 컴퓨터의 경우에는 어느 한도 이상 크기를 줄일 수 없다. 그러니 요즈음처럼 개인용 컴퓨터를 가진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고인간을 달에 착륙시 킨 아폴로 계획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처럼 컴퓨터의 발전은 컴퓨터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 요소인 '소자 (素子)'의 발전에 큰 영향을 받았다. 모두 아는 사실이겠지만 컴퓨터는 0과 1의 2진수를 사용해서 계산이나 논리 연산을 한다. 컴퓨터가 1초에 수천 번씩 이런 계산을 할 수 있는 것은 컴퓨터를 구성하고 있는 작은 스위치들이 아주 빠른 속도로 열렸다 닫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계산이나 논리 연산을 할 수 있는 작은 스위치들을 '소자'라고 부른다. 진공관이 발명되기 전에는 전자석과 철편을 이용한 릴레이라는 장치가 이 소자 역할을 했다. 전류가 흐르면 전자석이 철편을 끌어당겨스위치를 넣고 전류가 흐르지 않으면 스위치가 끊어지는 원리이다. 그 후 소자는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 그리고 집적 회로 (IC) 로 발전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컴퓨터의 역사를 스위치의 발전 역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1958년에 처음 집적 회로가 탄생하자 집채만하던 컴퓨터가 한 장의 칩 속에 들어갈 만큼 컴퓨터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그 이후 트랜지스터를 집적시킨 IC (집적회로) 는 LSI, VLSI로까지 눈부신 발전을 하게 되었다.
이처럼 눈부신 하드웨어의 발전으로 컴퓨터는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어 왔던 여러 가지 일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의 앞장에서 이야기한 인공 지능, 전문가 시스템등은 모두 이러한 전자 공학과 소자의 발달로 가능하게 된것들이다.
하지만 끝이 없을 것처럼 계속되던 하드웨어의 발전에도 서서히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날 하드웨어 기술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그토록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하드웨어도 그 한계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현대의 LSI는 실리콘 기판위에 수많은 트랜지스터를 밀집시켜 눈에 보이지 않는 가느다란 전선으로 연결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트랜지스터의 동작은 반도체 내부의 전자의 움직임을 이용하는 것이다. 즉 한 개의 트랜지스터가 동작하려면 수백만 개의 전자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반도체를 계속 고밀도로 집적하는 데에는 가공 기술상 원리적으로 한계가 있다. 따라서 현재 트랜지스터보다 수천 배, 수백만 배의 집적도를 가진 소자가 탄생한다 하더라도 필연적으로는 더이상 집적이 불가능해지는 때가 올 것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전혀 다른 원리의 소자를 개발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최근 시도되고 있는 병렬 처리의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여러 개의 중앙 처리 장치를 병렬 연결시킨다고 해도 병렬적으로 늘어놓은 장치들이 원활한 협조를 할 수 있게 하려면 알맞은 소프트웨어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강력한 하드웨어에는 그것을 제어, 관리,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따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따라서 소프트웨어의 위기는 바로 하드웨어의 위기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머지않아 닥치게 될 컴퓨터의 한계를 돌파할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이 움직임은 주로 두 가지 방향으로 추진되었다. 하나는 소자 의 측면이다. 현재의 반도체 기술이 한계를 가지기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생체 고분자에 눈을 돌려 그것을 컴퓨터의 소자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이다. 또한 뇌의 구조를 모방해서 컴퓨터의 구조를 병렬화시키려는 움직임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니까 뇌의 소프트웨어의 비밀을 파헤쳐 흉내내려는 것이다.
현재의 컴퓨터는 하나하나의 소자가 아주 정밀하게 움직이면서 정확한 계산을 초고속으로 실행한다. 뇌를 구성하고 있는 뉴런을 하나 떼어내서 컴퓨터의 반도체 소자와 비교한다면 속도 면에서는 훨씬 느리다. 이처럼 생체의 비밀, 뇌의 비밀을 파헤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컴퓨터를 만들려는 것이 바로 바이오 컴퓨터이다.


뇌의 구조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뇌의 구성 요소는 뉴런이다. 이것은 아메바와 같은 하등 동물이든 사람이든 모두 마찬가지이다. 차이가있다면 고등 동물의 경우 신경 회로망이 훨씬 복잡하고 중첩되어 커다란 시스템을 이루고 있다는 것뿐이다.
뉴런이 움직이는 원리에 대해서는 앞장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이 장에서는 뇌의 구조, 그러니까 컴퓨터로 말하자면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부분을 살펴보기로 하자. 우리의 뇌는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척수, 뇌간, 소뇌, 대뇌로 이루어져 있다. 척수는 척추 속에 들어있는 신경 회로망을 가리킨다. 척수도 단순한 형태의 정보 처리를 한다. 가령 뜨거운 물에 손이 닿았을 때 자기도 모르게 손이 움츠러드는 것을 반사작용이라고 한다. 이런 작용이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척수이다. 우리가 보통 뇌라 부르는 것은 척수 위쪽에 있는 뇌간, 소뇌, 대뇌를 가리킨다.뇌간은 척추 동물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이다. 심장을 박동시키고 필요에 따라 혈압을 높이거나 내리고 소화 기관을 움직이고 우리 몸에 필요한 호르몬을 분비시킨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동안 뇌간은 이런 자율계의 활동을 감독해서 생명을 유지 시켜준다.
소뇌는 뇌간의 뒤쪽에 달여 있는데 주로 운동의 제어를 담당한다. 길을 걷고 달리기를 하고 체조 선수가 평균대 위에서 멋진 연기를 보일 수 있는 것은 모두 소뇌 덕분이다. 우리의 몸에는 수많은 뼈와 근육, 힘줄이 있기 때문에 조그만 동작에도 엄청나게 많은숫자의 뼈와 근육들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소뇌는 팔다리의 균형을 유지시켜주고 어떤 근육이 언제 움직여야 할지 지시를 내린다.


두뇌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대뇌이다. 대뇌는 다시 대뇌 피질과 대뇌 수질 (절연계) 로 나누어지는데 인간의 사고 능력, 기억, 인식 등 가장 중요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은 대뇌 피질이다. 하등 동물이라면 척수에서 이루어지는 반사 행동만으로도 충분하다. 먹이를 찾고 위험이 악쳐 왔을 때 몸을 피하는 정도의 활동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과 같은 고등 동물의 경우는 다르다. 외부의 상황을 인식하고 기억하며, 행동의 계획을 짜야 한다. 그래서 대뇌 피질과 전두엽이라 불리는 부분은 인간과 같은 고등 동물에서만 발견된다.


감각 기관에서 들어오는 입력정보는 '분석 인지계'로 들어오게 된다. 이 곳에서는 여러 가지 정보를 특징에 따라 분석한 다음 다시 통합한다. 분석 통합된 정보는 한 차원 높은 사고 기억계 안으로 들어간다. 그림에서는 사고계와 기억계로 따로 나타냈지만 실상은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로 합쳐져있다. 그러니까 사고와 기억은 따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거의 함께 이루어지는 셈이다. 가령 닭고기를 먹고 체해 심하게 고생을 한 사람이라면 길거리를 지나다가 양념 통닭 간판만 보아도 괜히 뱃속이 이상해진다. 이 때 문을 통해 양념 통닭 간판을 보는것과 머리속에 있던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일은 거의 동시에 일어난다. 이것을 '병렬 처리'라고 한다. 사고계에서 내려진 결정은 출력 제어계를 거쳐 팔다리에 전달되어 행동으로 나타난다.


그러면 점심을 먹으러 나간 철이가 양념 통닭 간판을 보았을 때 뇌에서 어떤 과정의 반응이 나타나는지 살펴보자.
물론 뇌에서 일어나는 반응이 이렇게 간단한 것은 아니다. 특히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를 읽고 분석하는 과정은 워낙 복잡해서 아직도 분명하게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뇌에도 소프트웨어가 있을까?
지금까지 우리는 뇌의 구조와 정보 처리 과정의 간단한 예를 살펴보았다. 그러니까 뉴런, 척수, 소뇌, 대뇌로 이어지는 하드웨어의 얼개를 살펴본 셈이다. 그러면 소프트웨어는 어떻까? 컴퓨터의 경우에는 하드웨어가 아무리 좋아도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인간의 뇌가 아무리 훌륭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해도 역시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모두가 알 듯이 사람은 학습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어떤 동물들은 어미의 뱃속에서 나오자마자 껑충껑충 뛰어다닌다. 또 새들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저마다 독특한 방법으로 둥지를 틀고 먹이 구하는 방법을 안다. 이처럼 동물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상당한 지식들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람의 경우에는 몇 가지 아주 기본적인 지식을 제외하고은 어린 시점부터 모든 것을 학습을 통해 알게 된다. 그래서 두뇌는 특별한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학자들에 의하면 사람의 뇌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구별할 수 없다고 한다. 말하자면 학습에 의해 소프트웨어가 자동적으로 만들어지는 셈이다. 뇌는 학습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자신의 구조를 마음대로 변화시킬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가령 자전거 타기를 못하는 사람에게 아무리 이론적으로 설명을 해 주어도 별 소득이 없다. 제일 좋은 방법은 직접 자전거를 타고 여러 차례의 시행 착오를 거치게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겁을 집어먹지만 한번 요령을 파악하게 되면 금방 균형잡는 법을 깨우치게 된다. 일단 자전거 타기에 성공하면 뇌 속에는 보이지 않는 '자전거 타기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진 셈이다. 그 후에는 의식하지 않고도 몸의 균형을 잡고 자전거가 한쪽으로 기울면 무의식적으로 핸들은 같은 방향으로 틀어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게 한다.


우리 생활에서 이렇게 학습을 통해 습득하는 예는 무수히 많다. 탁구나 수영, 스케이트나 수영을 잘하는 사람에게 요령을 가르쳐 달라고 하면 대개 나오는 대답은 '열심히 연습하다 보면 요령을 깨우치게 된다'는 것이 고작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그 사람이 말재간이 없어서가 아니다. 사실 그런 선수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교묘하게 균형을 잡으면서 고작 10센티미터 너비밖에 되지 않는 평균대 위에서 묘기를 부린다.


신호를 전달하는 전령, 신경 전달 물질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뇌를 이루고 있는 신경 세포, 뉴런은 서로 맞닿아 있지 않다. 신경 세포 사이에는 '시냅스 간격'이라 불리는 극히 작은 간격이 있다. 그 거리는 대개 5만 분의 1밀리미터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이 짧은 거리를 오가면서 뉴런에서 다른 뉴런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것이 바로 신경 전달 물질이다. 이 물질은 화학 물질로 신경 세포 안에서 만들어지는데 현재까지 알려진 신경전달 물질은 약 40종류에 이른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뇌를 '화학 공장'에 비유하기도 한다. 신경 세포가 자극을 받으면 세포 끝 부분에서 신경 전달 물질이 빠져나와 여러 다른 세포에 전달된다. 이 물질은 아민계, 아미노산계, 펩티드계 등으로 나누어지는데 각기 역할이 다르다고 한다. 가령 아민계의 일종인 아세틸콜린은 그동안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는데 인간의 학습이나 기억과 같은 중요한 기능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실제로 흔히 노망이라 불리는 노인성 치매, 화자의 경우 뇌를 검사하면 아세틸콜린을 분비하는 신경 세포가 많이 파괴되어 있다고 한다. 도파민계의 신경 전달 물질은 각성, 쾌감 등에 관여한다.


시냅스 간격은 아주 미세하지만 사람에 따라, 학습 정도에 따라 그 간격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흔히 '머리가 빨리 돌아간다', '머리 회전이 늦다'라는 말을 사용하곤 한다. 그런데 실제로 학습이나 훈련을 통해 시냅스 간격을 줄일 수 잇다고 한다. 그러니까 공부를 많이 하고 평소 생각에 잠기기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훨씬 이 간격이 짧아 진짜로 머리가 빨리 돌아가는 셈이다.
하지만 신경 전달 물질이나 학습의 비밀 등은 아직까지 대부분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우리 나라의 어떤 의학자는 현재 뇌의 비밀을 풀기 위한 우리의 연구 수준을 다음과 같은 비유로 설명하기도 했다. '···밀림 속에 살고 있는 미개인들이 어쩌다가 문명인들이 버리고 간 컴퓨터를 찾아내서 껍질을 뜯아본 후 그 속에 이리저리 얽혀있는 집적 회로를 발견하고, 다시 그 회로를 구성하고 있는 반도체를 분해해 돌도끼로 두드려 가루를 낸 다음 냄새를 맡아보는 수준···'
이렇듯 우리의 두뇌는 아직도 태반이 비밀과 신비 속에 잠겨 있지만 최근의 연구를 통해 많은 진전이 이루어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특히 해부학과 생리학의 두드러진 발전으로 그동안 해명되지 않던 많은 기능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최소한 우리의 정신 기능이 신경 세포로 구성된 신경 회로망의 여러 가지 활동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실제로 우리가 느끼는 행복감이나 고통도 뇌의 특정 부분에 전극을 꽂아 자극을 주면 똑같은 행복이나 고통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또 정신 분영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뇌를 양자 방출 단층 촬영기라는첨단 장비로 촬영해 보면 어떤 화학 물질이 비정상적으로 분포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꿈의 컴퓨터를 향하여
지금까지 우리는 뇌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신경 전달 물질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바이오 컴퓨터는 이러한 뇌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모방하려고 한다. 앞장에서 소개한 뉴로 컴퓨터는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 그러니까 뇌의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부분을 모방하려는 것이지만 바이오 컴퓨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본따려 한다. 따라서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도 뇌와 마찬가지로 화학 물질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이런 컴퓨터가 만들어진다면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그러면 이 꿈의 컴퓨터에 대해 어떤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뉴런을 대신할 분자 소자, 바이오 소자


바이오 컴퓨터가 사람의 뇌를 흉내내는 수준이 아니라 두뇌와 똑같은 구조를 가지려면 무엇보다 먼저 뉴런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소자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역할을 할 수 있느 분자의 구조를 연구하고 있다. 최근 생체 고분자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생체 고분자란 쉽게 말해서 단백질이다. 단백질은 무수하게 많은 원자들이 복잡한 결합을 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고분자라 불린다. 따라서 사람이나 동물의 몸 속에서 여러가지 기능을 하는 단백질을 생체 고분자라고 한다. 수많은 분자들 중에서 하필이면 생체 고분자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생체 고분자가 다른 분자들에 비해 독특한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체 고분자는 '분자 인식'이라는 작용을 한다. 그 전형적인 예가 '항원 항체 반응'이다. 항원이란 몸 속에 들어오는 나쁜 병균과 같은 이물질을 말한다. 병균이 우리몸에 들어오면 몸 속에서는 나쁜 병균을 없애려고 항체를 만들게 된다. 이 때 항체는 생체 고분자이다. 항체가 세균을 없애려면 항체 역할을 하는 분자 항원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항원이 되는 병균과 결합해 몸에 해를 입히지 않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항체가 엉뚱한 분자를 항원으로 잘못 판단하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몸에 유익한 역할을 하는 분자들은 모조리 없애버리고 병균은 그대로 놔둔다면 사람은 더이상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병균과 싸우는 항체는 우리 몸을 해치는 병균을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 이런 능력을 '분자 인식'이라고 한다. 만약 이처럼 특정한 분자와만 결합하는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일종의 스위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최근에 다른 단백질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효소는 항체와 마찬가지로 분자를 인식하는 기능이 있다. 또한 핵산 (DNA) 은 기억의 보관에 사용되어 메모리의 역할을 한다. 사람의 몸 속에 있는 세포 하나의 크기는 1천 분의 1센티미터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속에는 1.5미터 길이의 유전자가 들어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마치 실타래처럼 유전자가 칭칭 감겨져 있기 때문에 작은 세포 안에 들어갈 수 있다. 1.5미터 길이의 DNA안에는 무려 60억 비트나 되는 정보량이 들어 있다. 또한 생체 안에는 빛에 민감한 단백질이 많이 있다. 식물의 단백질이 그 중 하나인데 이런 단백질을 이용할 수 있다면 에너지 변환 바이오칩 같은 장치에 많이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분자 소자를 이용한 분자 컴퓨터


분자 소자란 분자 하나가 메모리나 스위치 역할을 하게 만들어서 그것을 모아 논리 회로를 실현시키는 것을 말한다. 분자 소자가 각광을 받는 이유는 첫째로 아주 작은 크기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분자의 크기는 옹스트롬(10-10미터, Å)수준이기 때문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세계에서 조작이 가능하다. 둘째로는 그 속도가 무척 빠르다. 물론 아직 이런 소자가 실현되지 못했기 때문에 얼마나 빠를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셋째로는 기억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엄청나게 많다. 그 이외에도 병렬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질 수 있다. 분자 소자는 메모리, 스위치 등 여러 가지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무수하게 많은 분자들을 그물처럼 엮어 사람의 두뇌와 마찬가지로 필요에 따라 여러 가지 결합을 하면서 계산, 논리 연산, 종합적 판단 등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분자 컴퓨터, 즉 바이오 컴퓨터이다.
현재 우리들이 누리고 있는 반도체 기술은 약 10년 후에는 기술의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그 이상 소형화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만약 분자 정도 크기의 회로 기술이 실현될 수 있다면 컴퓨터의 크기가 지금보다 1만 분의 1로 줄어들 수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 사용되고 있는 초대형 컴퓨터가 손목시계 속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이니 정말 꿈과 같은 이야기이다. 따라서 지금 사용되는 컴퓨터보다 1만 배 이상의 성능을 가진 컴퓨터가 탄생하는 셈이다.
현재 이러한 분자 소자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소자를 만드는 방법으로는 우선 하나하나의 분자를 쌓아올려 디바이스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 최근에는 주사형 터널 현미경(STM)을 사용해서 금속 혹은 다른 물질을 특정한 장소에 박막으로 형성시키는 기술도 가능하게 되었다.


최근 단백질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단백질을 이용한 분자 소자 제조의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유저자를 조작해서 단백질의 성질을 여러 가지로 바꾼다. 예를 들어 약 30℃에서 기능하는 생체 촉매 즉 효소는 하나의 아미노산을 변화시키면 70℃에서도 작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기술은 최근 실제로 성공을 거두어 인공적으로 단백질을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바이오 컴퓨터가 실제로 제작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분자 소자를 만들 수 있다 하더라도 두뇌가 작동하는 원리 즉 두뇌의 소프트웨어의 비밀이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자 소자 중에서 현재 실용화에 가장 가까운 것이 바이오 센서이다. 바이오 센서란 미각, 청각, 시각, 촉각, 후각의 오감을 센서로 대신하는 것이다. 이러한 센서는 한 가지 감각밖에는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적당한 조합에 의해 보다 높은 차원의 인식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 미각 센서를 조합하면 어떤 미식가도 만족시킬 수 있는 요리사를 만들 수 있을 것이고 촉각 센서를 조합하면 어머니보다도 더 뛰어나게 갓난애를 볼 수 있는 아기 보기 로봇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바이오 센서는 사람보다 뛰어난 컴퓨터의실현을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될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