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이 해는 인류 역사상 기념비적인 해로 기억될 것이다. 인간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HGP)가 시작된 해이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가 2003년에 완료되었으니 우리는 인간의 유전학적 설계도를 모두 알고 있으며, 현재, 우리는 ‘게놈 후 시대’(post-genome era)에 살고 있다.
‘뇌 연구 10년(the Decade of the Brain)’도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출범한 해에 시작되었으며 지난 15여년 동안 신경과학(neuroscience)은 가히 혁명적인 발전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신경과학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뇌 연구 촉진법’을 제정했으며 2003년 10월 과학기술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뇌 기능 프런티어 사업단’을 발족하여 뇌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신경과학이야말로 21세기 과학과 기술의 가장 중요한 도전이자 최후의 프런티어라고 말한다. 뇌의 신비를 밝히려는 시도는 아마도 인류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연구분야이기 때문이다. 현대 신경과학 연구는 다학제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기에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뇌 연구의 연구 동향과 미래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나는 존재한다 고로 나는 생각한다
뇌를 연구하는 학문은 어찌 보면 어려워 보이나 일상생활에서 쉽고 간단히 접근할 수 있다. 직장에서 돌아온 남편이 뚱하니 아무 말도 없이 TV만 보고 있으니, 부인이 “무슨 일이 있어요?”(What’s matter?)라고 묻자 남편이 “괜찮아, 신경 쓰지 마”(Never mind)라고 대답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물질(matter)과 마음(mind)을 혼동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 대화에서 우리는 신경과학의 기본 틀을 들여다볼 수 있다.
17세기 데카르트(Rene Descartes) 이래 서구 문명은 물질과 마음을 구분하는 심신 이원론적 사고가 지배해 왔으나, 육체와 마음은 결국 하나이다. 마음이 뇌로부터 생겨났으나 우리는 사랑, 슬픔, 기쁨과 같은 느낌은 심리학적 언어로, 사고, 추론, 기억, 판단, 언어 등은 고차원적인 철학적, 사회과학적 언어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현대 신경과학은 심신 일원론적 바탕 위에서 뇌의 생물학적 특성을 세포분자 수준에서 이해하고 마음과 정신을 생물학적 언어로 설명하려 한다. 신경과학자의 끈질긴 탐구에 의해서 물질이 인간의 정신 활동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세포, 분자수준에서 추측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인간의 행동과 정신을 뇌 분자 활동으로 설명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정신은 뇌로부터 생겨났고 육체의 존재에서 정신과 사고의 중요성을 시사한 것으로 여겨지나, 뇌 없이도 추상적 존재에 대한 인식이 있을 수 있을까? 비록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가 생각하고 추론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물학적 실체인 뇌 없이도 인식이 가능할까? 철학자 우나무노(Miguel de Unamuno)는 데카르트가 《방법서설》에서 저지른 잘못 중의 하나는 자기로부터 물질로 이루어진 인간 자신을 제거시킨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나는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문구는 “나는 뇌가 있다. 고로 나는 생각할 수 있다”(I have a brain. Therefore I can think)로 바꾸어 말할 수 있다.
세기의 호색한으로 알려진 카사노바는 실제로 철학자였으며, 그는 “나는 느낀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을 자서전에서 남겼다. 외부의 각종 감각정보가 두뇌로 전해져 감각중추에서 정보처리 과정을 거쳐 느끼고 생각하고 반응하기 때문에, 현대 신경생물학적 입장에서도 카사노바의 문구는 상당히 의미가 있다.
신경과학은 결국 인간의 뇌 기능을 이해하는 것이다. 뇌가 아무리 복잡하지만 기본단위는 신경세포(neuron)이고 신경세포 간의 연접(synapse), 신경회로망(neural network)을 연구함으로써 신비에 싸인 뇌 연구에 도전할 수 있다. 간략히 신경과학의 발달사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뇌 연구의 역사 : 카할과 세링턴으로부터
머리통의 생김새를 보고 성격이나 개성을 판단할 수 있는가? 머리 모양과 두뇌의 총명함과 상관관계가 있는가? 19세기 갈(Franz Joseph Gall)은 대뇌피질이 기능적으로 구획지어 있다는 근대 신경해부학적 기초를 마련하기는 했으나 두개골의 생김새가 개인의 운명이나 성향과 관계가 있다는 골상학 쪽으로 빠지고 말았다.
신경과학은 뇌를 손상받은 환자로부터 뇌에 대해서 배워 왔다. 브로카(Pierre Paul Broca)나 웨르닉크(Carl Wernick) 등이 기억상실 환자로부터 언어중추, 감각과 운동중추에 관한 신경해부학적 접근을 시도한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또한 암묵기억과 명시기억의 차이는 L.H. 환자(대뇌피질 손상환자), H.M. 환자(간질 발작을 치료하기 위하여 측두엽 해마 부위를 절제한 환자)로부터 유래되었다.
19세기에 이르러서도 중추신경계는 ‘원형질의 그물망’ 정도로밖에 인식되지 않았으나 20세기 초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현대 신경과학은 학문으로서의 체계와 기반이 구축되었다. 즉, 신경해부학과 신경생리학이 통합된 것이다. 신경세포와 신경섬유를 놀라울 정도로 정밀히 기술한, 아마도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신경해부학자인 카할(Santiago Ramony Cajal)과 걸출한 신경생리학자인 세링턴(Charles Sherrington)에 의해서 바야흐로 신경 독트린(neuron doctrine)이 완성되었으며, 신경세포 간의 연접인 시냅스(synapse) 개념이 탄생했다.
1930년대 뢰이(Otto Loewi)와 데일(Henry Dale)은 신경정보의 화학매개자인 아세틸콜린 (Acetylcholine)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발견하여 신경약리학 분야를 열었다. 1940년대 영(J. Z. Young)이 오징어의 거대신경 축색을 신경과학 연구의 재료로 도입한 이래, 커티스(H. Curtis)와 콜(K. Cole)이 1938년 오징어 거대신경 축색에서 활동전위를 유발하고 이때 신경세포막의 저항이 변화되는 것을 측정한 것은 기념비적인 연구업적이다.
이 시기에 축색에서 전위전도 기작을 밝히려는 연구가 화두였으며 이와 같은 연구성과는 신경활성의 이온가설로 이어졌다. 그 이후 호지킨(Alan Hodgkin)과 헉슬리(Andrew Huxley)가 전압고정방법(voltage clamping method)을 개발하여 이온가설을 증명해 냈으며, 카츠(Bernard Katz)는 시냅스의 신호전달 기작을 밝히는 괄목할 만한 연구를 수행했다.
또한 에클스(John Eccles)는 신경과 근육의 연접부위인 신경근 접합부에서 시냅스 전, 후 전위에 관한 전기생리학적 연구로 신경과학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네어(Erwin Neher)와 자크만(Bert Sakmann)은 단일이온채널의 활성을 측정할 수 있는 독창적인 페치고정기법(patch clamping)을 개발하여 분자신경생리학의 길을 열었다.
1960년대 후벨(David Hubel)과 위셀(Torsten Wiesel)은 시각중추에 관한 연구로 대뇌피질의 생리학적 연구의 틀을 마련했다. 1970년대에 들어와서는 신경발생에 관한 연구가 가장 관심을 끌었으며 쉬페리(Roger Sperry)는 이 분야의 선구자였다. 특히 2차 세계대전 후 레비-몬탈시니(Rita Levi-Montalcini), 햄버거(Victor Hamburger) 그리고 코헨(Stanley Cohen)에 의한 신경성장인자의 발견은 신경발생학의 새로운 지평선을 열었다. 또한 이 시기에 많은 신경해부학 기술의 출현으로 신경해부학은 다시 태어나게 되었으며, 신경세포의 증식·이동·분화·축색의 경로 찾기, 신경세포의 죽음 등 현상에 분자생물학적 해석이 가능해졌다.
1980년대에 들어오면서 분자생물학의 발전에 힘입어 수많은 이온채널과 수용체의 유전자 구조가 규명되었고 나아가 그 분자적 기능을 탐색하는 연구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으며, 각종 신경질환의 분자생물학적, 신경유전학적 접근이 가능해졌다.
1990년대에 들어와 뇌 기능을 구조적, 기능적 차원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f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기(PET)와 같은 첨단 영상기법의 발달에 힘입어 인지신경과학이 크게 발전했으며, 신경영상 연구는 맞춤형 뇌 지도 작성, 뇌 활성의 개인차의 영상화, 고등 인지기능에 대한 연구로 앞으로 크게 발전할 것으로 생각된다. 뇌를 정보처리의 신경회로망의 시스템으로 간주하여, 지각·추론·기억·판단·언어 등 고등 인지기능의 메커니즘을 밝히려는 연구는 어찌 보면 신경과학의 미래이다.
신경과학 : 21세기 마지막 프론티어
인간은 끊임없이 환경과 대화한다. 각종 자극을 느끼고 반응하고 행동한다. 뇌는 이런 생명현상을 조절하고 관장하는 중심축이다. 뇌는 운동과 같은 유형의 실체를 제어하는 것은 물론, 언어·사고·판단·기억 등 고등 기능을 총괄적으로 관장한다.
단단한 뼛속에 들어 있는 순두부와 같은 뇌. 인간의 뇌는 잘 익은 멜론 크기 정도이다. 뇌의 겉은 많은 주름이 잡혀 있으며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고 그보다 숫자가 많은 신경교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신경계의 구조와 기능의 단위는 신경세포이다. 신경세포에는 핵과 세포체, 각종 세포 내 소기관이 있으므로 다른 일반적인 세포와 유사하다. 차이점을 들자면, 신호전달을 담당하는 신경돌기가 수초에 싸여져 있고, 가지치기가 많다는 점이다.
신경세포 하나가 천 개에서 만 개 정도의 다른 신경세포와 정보교류를 하고 있으니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간의 연접(synapse)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아무리 고성능인 컴퓨터라 할지라도 뇌 신경회로망의 구조적 복잡성과 기능적 정교함에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신경세포는 시냅스의 좁은 틈으로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고, 전기화학적 신호에 의해서 다른 신경세포와 서로 대화한다.
신경계는 발생이 시작된 후 성장·분화·이동·사멸이라는 역동적인 과정을 거치면서 신경회로망을 구성한다. 생명체마다 독특한 발생유전학적 프로그램에 따라 복잡한 신경회로망이 형성되고 경험적 혹은 환경요인에 의해서 신경회로망은 어릴 때는 물론 어른이 되어서도 역동적으로 재구성된다.
이와 같은 구조적·기능적 재구성을 시냅스의 가소성(synaptic plasticity)이라고 하며 이는 신경과학의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뇌는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역동적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는 사실은 정상적인 두뇌활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할 뿐만 아니라 각종 신경질환의 예방과 치료법 개발에도 중요한 틀을 제공한다.
다학제적 접근 : 행동에서 분자까지
신경과학은 크게 보아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하드웨어적 신경과학은 신경계의 구조와 기능을 세포 및 분자수준에서 이해하려는 것이고, 소프트웨어적 신경과학은 인식·감정·언어·의식 등 고등 뇌 기능과 정보처리 과정을 이해하려는 것이다.
우리는 소우주와 같은 뇌, 스마트한 뇌(smart brain)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나아가 뇌 질환의 예방과 진단, 치료기술을 개발하고, 인간의 사고과정과 유사한 지능적 정보처리기술을 개발하여 산업적으로도 활용하고자 한다.
아무리 뇌가 복잡하고 뇌 연구가 어렵고 난해하다고 해도 뇌 연구도 생명 현상의 근본적인 틀 속에서 이루어진다. 생명체의 유전정보는 DNA 염기서열상에 있고, DNA에서 RNA로 전사가 이루어지며, RNA는 생리활성물질을 이루는 단백질로 번역된다는 것이 바로 센트럴 도그마(central dogma)이다. 생물학적 활성을 지닌 단백질의 일부(전사조절인자)는 또한 특정 DNA 염기서열에 결합하여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관계에 있다. DNA-RNA-단백질로 이어지는 생명정보의 흐름, 즉, 센트럴 도그마는 생명현상을 연구하는 데 가장 기본적이자 중요한 틀이며 실제로는 모든 생명 현상의 본질을 함축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인 에델만(Gerald M. Edelman) 박사의 ‘뇌 기능의 선택이론’을 간단히 소개한다. 그는 저서《Bright Air, Brilliant Fire》(신경과학과 마음의 세계, 1992) 서론에서 말하기를 “우리는 공기 속에서 깨끗한 공기를 보고 불길 속에서 휘황찬란한 불길을 본다”는 유물론을 주장한 한 그리스의 학자의 말을 따서 제목을 부쳤다고 했다. 결국, 정신이나 마음도 물질론적인 입장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에델만 박사의 ‘뇌 기능 선택이론’은 일차적으로 발생학적인 선택이 중요하며, 신경세포가 생긴 이후 신경연접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신경세포는 증식·죽음 등 과정을 거치게 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시냅스가 형성된 다음에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게 되면 시냅스의 강도가 강해지거나 약해지는 역동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일부 시냅스는 강화되고 일부는 사라져서 뇌의 변화가 생기게 된다. 그 다음 단계로 외부 환경의 입력이 들어와 이를 처리하는 기능적 변화가 뇌의 여러 부위에서 맵핑화되어 구획됨으로써 사고를 지배하는 영역, 감정을 지배하는 영역이 발달되었다는 틀을 제시했다.
현대 신경과학자들은 뇌 연구를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가? 신경과학 연구의 특징은 다학제적이다. 즉, 신경해부학·신경발생학·신경생리학·분자생물학·신경유전학·시스템신경과학 등 전통적 학문의 구획이 사라지고 세포분자생물학적 연구방법을 서로 공유하여 융합되었다.
신경과학자들은 여러 가지 실험모델을 사용하여 연구한다. 예쁜꼬마선충(C. elegans)이라는 투명한 땅벌레를 이용하여 신경세포 사멸의 원리를 밝혀냈으며, 캔델(Eric Kandel) 박사는 바다 달팽이인 군소(Aplysia)를 재료로 학습과 기억의 세포 메커니즘을 규명하여 2000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초파리(Drosophila)는 유전학적인 접근이 가능한 실험모델이다. 일단의 신경과학자들은 생쥐를 사용하여 게놈상의 유전자 하나를 파괴하거나 변형시켜서 유전자와 생리, 행동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오늘날 신경과학의 추세는 ‘행동에서 분자까지’라는 모토로 설명할 수 있으며 현대 신경과학의 한 축은 세포분자생물학에 기반을 둔 분석적 접근으로 작용 메커니즘을 밝히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의 축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f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기(PET)와 같은 첨단 영상장치를 사용하여 추론·기억·판단·언어 등 고등 인지기능을 규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분자에서 정신을: 프로이트 가고 다윈 오다
하버드 의대의 저명한 정신과 교수인 엘코프(Nancy Elcoff)는 현대 신경과학을 지칭하면서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시대는 지나고 찰스 다윈(Charles Darwin) 시대가 열렸다”라고 말했다. 이는 인간의 고등 정신기능을 형이상학적 언어로 설명하던 시대는 끝나가고 과학적 혹은 신경생물학적 언어로 이해하는 시대가 시작됨을 의미한다.
뇌는 최근까지도 블랙박스로 여겨졌고 그 정체는 여전히 신비의 베일에 싸여 있으나, 신경과학 연구에 힘입어 블랙박스의 한 모퉁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신경과학은 다양한 학문이 융화된 다학제적 분야이지만 최근 신경생물학적 연구결과는 가히 괄목할 만하다. 신경과학자들은 유전자 재조합 기법, 단일 이온채널의 활성을 측정하는 전기생리학적 방법 등을 통해서 신경전달물질과 수용체, 이들을 조절하는 유전자들의 놀랍도록 정교한 분자협주곡에서 인간의 사고와 정신활동의 단서를 찾으려 한다. 현대 신경과학은 유전자 발현 기구, 신호전달 기작 그리고 신경회로망의 작동 메커니즘을 규명함으로써 뇌의 신비를 풀고자 하는 것이다.
▶뇌 기능 영상기술=현재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신경영상기술(neural imaging)로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기법(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기법(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과 같은 첨단 영상기법을 꼽을 수 있다. 물론 이들 이외에도 뇌파검사기법(Electroencephalography, EEG), 사건관련전위(Event-Related potential, EEP), 뇌자도(Magnetic Encephalography, MEG) 등이 있다.
이들을 간략히 설명한다면, 양전자방출단층촬영기(PET)는 방사선동위원소에서 방출되는 즉시 소멸되는 감마선을 측정하는 원리를 이용하여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가 개발된 후 1970년대 중반에 개발되었으며 뇌의 생화학적 대사과정을 실시간에 가깝게 측정할 수 있는 영상기법이다. 최근 고감도, 고해상도를 지닌 PET 개발로 뇌의 세밀한 화학적 변화를 측정할 수 있게 되었으며 신경전달물질 및 그들의 수용체의 변화도 볼 수 있어 정신질환 등 뇌 고등기능에 대한 획기적인 이해와 진단, 치료의 가능성을 열었다.
한편, 자기공명이미지기술(MRI)은 핵자기공명현상을 발견하면서 개발되기 시작했으며 CT에 비해 해상도와 각종 장기의 구조적인 분별력이 뛰어나 진단분야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기능성 자기공명영상기법(fMRI)은 뇌혈류 변화를 통해 뇌세포의 활성을 볼 수 있는 첨단장치로서, 미국 벨연구소에서 일하던 오가와(Seigi Ogawa) 박사가 최초로 개발했으며 뇌 활동에 의한 뇌혈류 증가에 따른 혈중 산소량 변화(BOLD 효과)를 측정하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이와 같은 실시간 뇌 영상기법은 기존의 전기생리학적 기법이나 생화학적 연구방법과는 달리 살아 있는 고등 생물 특히 사람을 대상으로 비침습적(손상을 입히지 않는)으로 뇌 기능을 연구하는 일을 가능하게 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영상기법의 발달에 힘입어 뇌 구조와 활동을 분자 수준에서 살펴볼 수 있게 되었고, 또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고등 정신기능 연구를 통하여 뇌에 대한 해부학적 지도뿐만 아니라 기능적 지도를 작성하는 것도 가능해 졌으며 나아가 뇌 기능에 대한 개인적 차이를 영상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시간 뇌 영상기법은 인지신경과학 연구에 핵심기술로 자리잡았으며 앞으로도 크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들 첨단 영상기법은 현재로서는 기술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좀더 자세히 말하면, 기능성 자기공명영상기법(fMRI)은 현재 약 2mm 정도의 해상도를 가지고 약 0.1초 정도의 시간 간격으로 뇌혈류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데 이 정도의 시공간적 분해능력으로는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쫓아가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즉, 보다 빠른 뇌 활동 변화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세포 내 칼슘이온 상태와 같이 단지 100분의 1초 동안 작동하는 생리변화를 검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적 접근이 모색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국내에서는 PET-MRI를 융합한 새로운 영상기술의 개발이 최근 시도되고 있다.
▶인지신경과학=‘로맨틱한 사랑의 신경체제’란 표현은 과학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이지만 사실은 런던대의 신경과학 연구팀이 신경과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의 제목이다. 저자는 피실험자들에게 여러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찾았을 때 뇌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됨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기법으로 밝혔다. 이 실험은 시각과 정서반응, 개인정서상태를 가시화시킨 것이다.
인지신경과학은 다학제적 분야로 인지과학·심리학·언어학뿐 아니라 철학·신경과학·컴퓨터과학 등을 바탕으로 한 종합적 학문분야이며 의식·정서·인지 및 지식 표현과 추론, 의사결정과정, 언어 습득 및 처리과정, 학습과 기억, 인지 모델링, 의식과 정서의 이해 등을 연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 알고리듬 개발, 논리적 추론과정 연구의 교육학적 응용, 인지 신경장애 진단, 어휘 의미처리 프로그램 개발, 자연언어 연구를 기반으로 번역기기의 개발, 지능형 에이전트 개발 등 그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인지신경과학은 신경과학과 인지과학의 경계학문분야로서 위에서 언급한 형이상학적 현상을 신경과학적 바탕 위에서 이해하고 설명하려는 분야이다. 최근 인지신경과학은 각종 뇌 영상기법을 이용하여 흥미 있는 연구결과를 쏟아내고 있다.
뇌 기능을 컴퓨터와 같은 하드웨어로 간주하고 들여다보는 것이 인지과학의 기본 틀이다. 그러나 “생리학적 관점에서 설명될 수 없는 의식적 경험의 속성은 없다”라고 말한 유명한 인지과학자 데넷 교수의 말은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즉, 신경과학적 바탕 없이 고등 인지 현상을 규명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신경과학은 미래 신약 산업의 보고
미국 듀크대 경영학자인 올리버(Richard Oliver) 교수는 《다가오는 제4의 물결―BT의 혁명》에서 말하기를 “산업 시대에는 공간을 정복했고, 정보 시대에는 시간을 정복했으며 생명공학(BT) 시대에는 물질을 정복할 것이다”라고 갈파하며, 21세기의 생명공학은 산업의 새로운 경제 엔진으로서 신약 발굴의 치열한 경쟁을 예견했다.
생명공학과 비즈니스가 만남으로써 신약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되었으며 국가 간에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 지 오래이다. 인간게놈 프로잭트(HGP)의 완성은 치료의학 자체의 개념을 바꾸어 가고 있으며 개인별 유전적 차이에 따른 의약 처방의 개인화, 맞춤의학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유망한 신약 개발 표적은 어디에 있겠는가? 생명공학 시대 신약 개발의 주된 분자 표적은 무엇인가? 두말할 것도 없이 아직도 신비에 쌓여 있으나 엄청난 상업적 가치를 지닌 뇌이다. 신경과학은 미지의 세계이며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치료기술과 신약 개발의 보고라고 말할 수 있다.
전 세계적인 중추신경계 신약 개발의 현황을 간략히 살펴보겠다. 신경질환 관련 의약품은 제약시장에서 가장 성장이 빠른 분야이다. 매출 규모별로 보면 항우울증·통증·정신병·항경련제·편두통 등 순서이다.
시장규모로 볼 때, 2005년 현재 항우울제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130억 달러 정도이며, GSK·화이저 등 다국적 제약회사가 거의 점령하고 있다. 우울증의 분자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밝혀 이를 기반으로 한 의약품이 바로 프로작(Prozac)이며 이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재흡수를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약물로서 통상 SSRI라고 불린다.
사망률이 가장 높은 뇌질환은 뇌졸중(stroke)이지만 제약시장의 매출액이 낮은 이유는 좋은 약물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에는 뇌졸중 신약시장은 굉장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퇴행성 신경질환은 반드시 극복되어야 할 중요한 인류의 질환이다. 치매와 관련된 시장은 대단히 크지만 치매 치료제로서 지금까지 만들어진 약물은 별로 효과가 없는 실정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치매 치료제의 분자 표적은 아세틸콜린 에스터라제(acetylcholine esterase)이지만 새로운 분자 표적이 발굴되고 나아가 신약 개발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치매의 대표적인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의 특징은 노인반, 실타래처럼 엉킨 신경섬유덩어리, 신경세포 수의 감소 등이다. 노인반이 침착되는 주 원인을 해결하기 위하여 베타-아밀로이드 전구물질(beta-amyloid precusor protein, APP)의 대사, 이 전구물질을 자르는 여러 종류의 시크리타제(secretase)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신경섬유덩어리는 미소섬유질을 배열해 주는 타우(tau)라는 단백질의 과인산화에 기인하기에 이 분야의 연구도 대단히 중요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의 기억력 감퇴를 늦추기 위해 아세틸콜린 에스터라제 억제제보다 은행잎 추출물이 더 많이 팔린다고 한다. 은행 추출물이 기억력 향상 효과가 별로 없다는 과학적인 증거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미 식약청이 허가한 기억력·인지기능 향진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파킨슨씨병은 중뇌의 흑질에 있는 도파민성 신경세포가 선택적으로 죽어나가 운동기능에 이상을 초래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도파민의 전구체인 L-dopa, 도파민 분해를 차단하는 약물이 현재 사용되고 있으나 이들은 일시적으로 이 병의 증상을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완전한 치료제는 아니다. 유산된 태아에서 뇌 조직을 얻어 이식하는 방법을 시도하여 파킨슨씨병 환자의 죽은 신경세포를 대체하려는 시도도 약간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새로운 치료요법이 절실히 요구되며 새로운 분자 표적을 발굴하려는 메커니즘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분야이다.
결국 퇴행성 신경질환의 주범인 시냅스 가소성 저하, 신경세포의 사멸, 신경세포의 손상에 따른 자유 래디컬의 축적, 뇌 염증반응을 방지하거나 최소화하는 것이 이루어져야 한다. 적절한 약물처리도 중요하지만 뇌를 원활히 활용하여 신경세포를 자극하고 시냅스의 가소성을 강화시키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피해 신경세포의 건강을 지키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고장난 뇌, 병든 뇌를 치료하기 위해 신약 개발은 최우선 과제이다. 최근 발전한 기능유전체학, 단백질체학 등과 같은 새로운 연구기법으로 각종 퇴행성 뇌질환의 새로운 진단기법을 확보하고, 뇌질환의 병인에 중요한 분자 표적을 고속, 고효율 스크리닝 시스템을 사용하여 발굴하여 신경질환의 맞춤 신약을 개발하려는 연구는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뇌 기능과 각종 뇌질환의 병인의 분자적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는 원천기반기술의 개발과 새로운 신약 표적의 발굴의 시작을 의미한다.
미래 체험 Ⅰ: 스스로 치유하는 뇌
신경과학은 미지의 세계이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신경과학의 제 문제는 실로 무궁무진하지만, 최근 연구 동향과 몇몇 새로운 변화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줄기세포(stem cell) 연구는 최근 생명과학계의 화두이다.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에 관한 흥미롭고 놀라운 발견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한두 가지 예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특정한 화학적 배양조건에서 배아줄기세포를 도파민성 신경세포로 분화시킨 후, 이 세포를 파킨슨씨병의 흰 쥐 모델에 이식했다. 이식된 신경세포들은 도파민을 생산함은 물론 다른 신경세포들과 시냅스 연결망을 형성했으며, 신경행동 테스트 결과, 놀랍게도 운동조절 능력이 향상되었다. 컬럼비아 대학의 한 연구팀은 이미 존재하는 신호전달 신호를 통해 배아줄기세포가 운동성 신경세포로 발달하도록 한 후, 이들을 병아리 배아에 이식했을 때, 외부에서 넣어준 세포들은 척수를 따라 위치하여 척삭을 뻗었으며 근육세포들과 시냅스를 형성함을 보고했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는 배양줄기세포를 이용한 각종 불치 질환의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 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배아줄기세포는 다양한 세포로 분화, 발달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발생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줄기세포를 배양하면서 적절한 성장인자를 처리하면 신경세포로 분화시킬 수 있다. 발생 초기 배아에서처럼 신경계에도 다양한 신경세포로 분화될 수 있는 신경줄기세포(neural stem cell)가 있을까?
신경계는 발생 초기 다양한 세포로 분화된 후 더 이상 증식, 분화를 하지 않는다고 믿어져 왔다. 바로 이것이 카할의 도그마이며 지난 100여년 동안, 신경과학의 핵심 정설로 받아들여져 왔다. 즉, 성숙한 어른 뇌는 안정적이며, 변화하지 않고, 신경세포 수는 고정되어 있으며 정보처리능력을 소유한 마치 컴퓨터와 같은 장치라는 것이다.
우리는 뇌 세포를 잃어 기억의 스토리를 소실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뇌 세포를 획득할 수 없다면 어찌 치명적이 아닐 수 있을까? 반대로 새로운 신경세포의 증식으로 뇌가 구조적으로 변화한다면, 우리는 자기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최근 성체의 신경계에도 신경줄기세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카할의 도그마가 허물어진 것이다. 즉, 뇌는 성체가 되어서도 구조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역동적으로 변화한다는 증거가 많이 발견되었다. 이와 같은 카할의 도그마의 수정은 반가운 소식이다. 새로 생성되는 세포와 연접은 개개인이 일생 동안 직면하는 여러 가지 도전에 대해서 뇌가 필요로 하는 여분의 수용력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소성은 뇌가 손상을 받거나 질환이 생겼을 때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할 것이다.
건강한 뇌도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가능하며 뇌질환도 줄기세포에 의해서 가능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두뇌의 줄기세포가 어느 정도 자기 복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시사적이다.
소위 다양한 신경세포로 분화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신경줄기세포는 뇌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세포의 원천이다. 이들의 수효는 적지만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해마에서, 척수액이 차 있는 뇌실 인접 부위에서, 그리고 후각신호를 처리하는 후구에서 발견됐다. 뇌 안에서 주기적으로 분열하여 다른 줄기세포가 되든지, 신경세포와 교세포라 불리는 지지세포로 될 수 있는 선구세포가 된다. 이들 어린 세포가 신경세포가 될 것인지 교세포가 될 것인지는 이들이 이동 후 연접을 이루는 마지막 장소에서 결정되며, 어떤 타입인지, 형태의 활성을 소유하는지는 동시에 특정 뇌 부위에서 시기에 따라 결정된다.
새로운 신경세포가 줄기세포로부터 만들어져 정보를 보내며 받을 수 있을 만큼 기능적으로 성숙되기까지는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신경세포 증식은 하나의 종결된 사건의 결과가 아니라 엄격히 통제된 역동적인 하나의 과정이다.
신경줄기세포의 증식은 각종 성장인자에 의해 조절된다. 예를 들면, 소닉 헤치호그(sonic hedgehog)라는 성장인자는 미성숙 신경세포가 증식할 수 있도록 조절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노치(notch)와 골형성단백질(BMP)이라 불리는 일군의 분자들은 뇌에서 만들어진 세포가 교세포 혹은 신경세포가 될 수 있도록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신경세포가 될 것인지 혹은 교세포가 될 것인지 결정되면, 신경성장인자(BDGF), 뉴로트로핀(neurotrophin), 인슐린성장인자와 같은 다른 성장인자들이 세포의 생존을 유지하여 살아 있는 상태로 유지하고 이들이 성숙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경질환은 신경줄기세포의 증식을 촉진시켜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중풍에 의해서 손상된 부위에 신경줄기세포가 성공리에 이동하여 정상적인 신경세포로 분화된다고 밝혀졌다. 비록 이러한 작은 치유가 심각한 중풍으로 인한 손상을 모두 회복시킬 수는 없겠지만, 경미한 중풍으로 인한 손상에서 뇌가 치유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줄기신경세포의 증식을 자극하는 것이 우울증 치료를 위한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다. 장기간의 스트레스는 유전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우울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 여겨지며, 스트레스는 해마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신경세포의 수를 억제한다고 보고되었다. 새로 증식된 신경세포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신경세포 사이의 시냅스 형성을 가속할 것이며,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여 뇌의 수용력을 증대시켜 뇌의 수용력은 증가할 것으로 생각된다.
뇌는 정교한 균형을 요구하기 때문에 너무 많은 것은 너무 부족한 것과 마찬가지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식된 신경세포가 통제를 벗어나면 뇌암을 유발할 수 있다. 새로 생성되는 신경세포가 필요 이상으로 많아지면 위험하기 때문에 특정 치료에 의해 필요한 신경세포 증식을 어떻게 통제하느냐는 대단히 중요하다. 신경성장인자를 이용한 실험동물 연구에서 성장인자를 첨가하는 것이 실제로 정상적인 뇌의 기능을 파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손상된 뇌를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사실 우리의 머리 안에 있다. 몇 가지 접근이 건강한 뇌의 힘을 북돋아 줄 것이다. 미래의 신경과학자는 뇌의 자가 치유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손상된 뇌를 치료하는 가능성을 확장해 나갈 것이다.
미래 체험 Ⅱ: 머리가 좋아지는 약
앞서 언급했듯이 신경퇴행성 질환이나 노화로 인하여 기억력이 지체된 환자의 기억력을 개선하거나, 심지어 뇌졸중 환자나 정신지체자의 기억형성회로를 재설계함으로써 인지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약품의 잠재적인 시장은 엄청나게 규모가 크다. 기억력 향진, 인지기능 개선, 학습효과 증진에 관한 일반인의 관심은 대단하다.
노바티스사(Novatis)의 리탈린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가진 아이들에게 처방하도록 개발된 약이나, 미 동부 명문 사립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의 학습능력 향진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회사 중역들에게까지 일반화되었다. 학생들이 소비하는 리탈린 양을 측정할 수는 없지만,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자에게 처방되어 판매되는 양을 훨씬 넘고 있다.
세론사의 모다피닐은 낮 시간에 심각하게 졸리는 병인 기면발작 치료제인데 이것도 비슷한 실정이다. 건강한 사람이 잠을 줄이고 오래 깨어 있으면서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이 놀 수 있게 해주는 인지력 촉진제로서 의사들은 모다피닐을 처방해 달라는 요청을 빗발치게 받는다고 한다.
기억 향진제는 각종 퇴행성 질병 치료에 중요하지만, 신개념의 기억 향진제는 환자가 아닌 보통 사람 즉, 시험을 봐야 하는 사람, 중년이 되어 감소된 기억력, 인지기능을 향진시키기 위한 약을 말한다. 언론매체들은 기억을 향진시키는 스마트 약을 ‘뇌를 위한 비아그라’라고 명명하고 혁명이 다가오고 있다고 끊임없이 요란히 떠들고 있지만 아직 스마트 약은 개발되지는 않았으며 일부는 신약 개발 대장정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
새로운 개념의 기억 향진제 연구개발에는 컬럼비아 의대 캔델 교수와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의 툴리(Tim Tully) 박사가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의 집요한 연구 끝에 툴리 박사는 초파리 모델에서, 캔델 교수는 군소 모델에서 기억과 학습 능력에 중요한 분자 표적으로 CREB(cyclic AMP response element binding protein)의 기능과 중요성을 밝혀냈다. CREB라는 단 하나의 유전자 산물을 자극함으로써 학습과 기억에 관련된 시냅스가 활성화되고 기억신경회로를 개조하고 강화하는 실험적 증거를 얻었다.
툴리 박사는 헬리컨제약 벤처를 설립했고 켄델 교수는 메모리제약(Memory Pharmaceutical) 벤처를 설립하여 기초연구를 산업화하고 있다. 메모리제약 벤처의 첫 번째 스마트 약은 MEM 1003이다. 이 신물질은 칼슘 이온의 신경세포 내 유입을 조절하는데, 알츠하이머병, 가벼운 인지력 감퇴나 혈관성 치매상태로 손상된 뇌의 세포에서 칼슘의 평형을 회복시키도록 고안되었다. 또 다른 신물질(MEM 1414)은 CREB에 관련된 것으로 PDE-4를 분자 표적으로 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cyclic AMP를 분해하는 효소를 억제하면 cyclic AMP가 많아지고 더 많은 CREB가 활성화되어 기억형성 과정을 강화하고 빠르게 해줄 것이다.
프린스턴 대학의 신경과학자인 조 첸(Joe Z. Tsien) 박사도 이 분야에서는 유명하다. 1999년 그 연구팀은 두기(Doogie)라는 이름의 유전적으로 향상된 스마트 생쥐를 만들어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기억력 향상에 NMDA 수용체의 하나인 NR1 아형을 과발현시킨 생쥐이다. 첸 박사는 콜텍스제약회사의 고문으로 글루타메이트(glutamate)의 신경활성이 기억력을 증가시킬 것이라 믿고 있으며, 콜텍스회사가 개발한 암파킨(ampakines)이라는 기억력 향진 신약은 알츠하이머병, 가벼운 인지능력 손상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여 현재 제2상 임상시험 단계에 있다.
기억력 향진 신약이 카페인이나 다름없는 효과를 보일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며, 신세대 기억력 향진 약물이 개발되어 정부 승인을 얻어 활용되기까지는 아득히 멀다고들 하지만, 사회적인 충격은 대단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생명윤리학자들은 특히 ‘생활양식 개선 약물’로 이용될 가능성이 큰 차세대 기억 향진제의 사회적인 파장, 위험성에 대해 벌써부터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래 체험 Ⅲ: 뇌와 기계를 연결한다
뇌-기계 접속기술은 뇌와 기계의 인터페이스를 개발하여 뇌신경 활성도를 추출해서 기계를 제어하거나 외부에서 신경 활성도를 조절하려는 기술을 말한다. 몇몇 뇌-기계 접속기술을 간략히 살펴보겠다.
중이의 와우(달팽이관)가 손상되면 음파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할 수 없어 소리를 들을 수 없으나 인공와우는 중이의 손상으로 시력을 잃어버린 사람의 청각을 되찾게 해주는 기계장치이다. 심부 뇌 자극술은 우울증과 같은 환자에 쓰이기도 하지만 파킨스씨병과 같은 환자를 위한 장치이다. 중뇌 흑질의 도파민 신경세포의 사멸에 기인하여 신경세포말단이 있는 기저핵의 기능 손상을 전기적 자극을 통해 운동능력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접속기술은 간질환자를 위한 미주신경 자극술도 있다. 감각신경 보장구로는 인공와우뿐만 아니라 인공망막이 개발 중이며 시각피질 자극장치도 개발 중이다. 운동신경 보장구로서는 손실된 근위축경화증, 사지마비 환자를 위하여 운동기능을 부분적으로 회복시켜주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뿐만 아니라 뇌가 활동할 때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이용하여 컴퓨터나 전자기 장치를 제어하는 기술도 활발히 개발 중이며 이러한 기술이 개발된다면 사람이 직접 기계를 제어하지 않고 생각만으로도 기계를 조작하는 시대가 미래에는 열릴 것이다.
뇌-기계 접속기술은 과거에 치료가 불가능했던 척수손상은 물론 뇌질환의 재활 가능성 그리고 새로운 의료용구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 고집적 병렬신경 활성도 측정 방법 개발과 초고속 소형 컴퓨터의 발달로 응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생체공학적으로 미세 뉴로칩을 이식하여 외부에서 뇌 기능의 결과인 운동을 제어하려는 시도는 아마도 21세기 가장 중요한 기술 분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체험 Ⅳ: 신경윤리학의 등장
‘신경윤리학’이란 단어는 생소하지만, 뇌 연구에 관한 윤리적 문제들의 대두는 철학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생명윤리는 인간의 생명윤리를 다루는 다른 분야 (예를 들면 인간유전체학,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 등)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인지신경과학의 괄목할 발전에 기인해서 뇌 화상연구 결과는 사회 여러 부분에 침투되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변호사들은 이미 의뢰인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한 근거로 뇌 화상 진찰결과를 사용하고 있다. 정부기관에서도 유능한 비행조종사, 우주비행사, 비밀요원 등을 선발할 때 스트레스나 유혹에 대처하는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판별하기 위한 수단으로 뇌 화상 진찰방법을 도입하고 있다.
의사들은 파킨슨씨병에 대한 치료법으로 뇌에 깊숙이 뇌심부 자극장치를 이식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특별한 장애가 없는 일반 고등학생들도 우수한 성적을 받기 위해 리탈린이나 정신활성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억 향진제의 경우, 치매 환자의 기억력을 복구하는 것에 대해서 시비할 사람은 없겠지만 수험생 등 보통 사람에게도 기억력 향진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삶의 질을 높인다고 복용하고 있다.
자유의지와 법적 책임감은 가장 빈번히 거론되는 주제이다. 신경과학 기술은 개인 사생활에 대한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다. 거짓말 탐지기가 범죄행위를 밝히는 데 효과적인 기술이지만, 자수 범죄자들에 대한 보호를 위한 법률 적용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두뇌 화상 진찰과 다른 기술들이 한 사람의 의식을 정확히 들여다볼 수 있다면 긍정적 측면도 있으나 부정적인 잠재적 영향력은 실로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약물이나 뇌 기능 변화 기술들이 점점 제어 가능하고 정교해짐에 따라, 사람들은 주변 사람의 죽음이나 관계 단절로 인한 고통을 겪는 기간을 임의대로 선택하여 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현상이 과연 생산적일까? 개인 능력 향상에 대한 선택은 빈부의 차이를 더 악화시키지는 않을까? 기술혁신으로 몇 분 만에 영어를 배우고 책을 더 빨리 읽을 수 있다면 그것을 옳지 않다고만 보아야 하는 것인가? 뇌 발달을 촉진시키기 위한 이식수술, 뇌의 조작을 통해 더 많은 능력을 갖게 된다면 이러한 변화는 과연 도덕적일까? 평등의 문제와 함께, 뇌-기계 접속기술은 과연 자연 법칙에 어긋난 것인가? 만약 우리의 능력이 향상된다면, 우리는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를 인간의 범위라고 말할 수 있을까? 변화를 통해 달라지는 자연의 한계를 넘는 것, 자신과 환경을 개선시키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 과연 인간의 본능인가?
쏟아지는 질문들이 답변보다 훨씬 많지만, 핵심이 되는 윤리적 문제를 식별해 내는 것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일 것이다. 신경윤리학은 자기인식·가치관·윤리 등과 같이 그간 철학·윤리학·심리학의 범주에 있던 제 문제를 뇌 인지 기능과 연관되어 설명되어야 할 것이며 앞서 기술한 기억 향진제, 신경조직 이식, 뇌-기계 접속기술 등과 같은 미래의 신기술은 인간 정체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주지하는 바대로 신경과학은 괄목할 만하게 발전했고 사회에서 활용되고 있으나 윤리적인 면은 아직 멀었다. 신경과학의 기차는 이미 출발했으며 윤리적·철학적·사회학적 입장에서 인문·사회과학자들이 뒤따라가는 실정이다. 돌이킬 수 없는 새로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기 전에 이 문제는 심층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법적, 사회적 제도 마련도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과제이다.
이젠 뇌치료 연구다
노벨상 수상자인 캔델 박사는 ‘뇌 연구 10년’(the Decade of the Brain) 동안 신경과학은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룩했으며, 이와 같은 기초연구를 기반으로 21세기 초는 아마도 ‘뇌 치료제 연구 10년’(Decade of Neurotherapeutics)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기능적 신경유전체학, 단백질체학, 정교한 전기생리학적 연구기법, 발생유전학적 연구기법 등에 힘입어 신경조직에서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수많은 유전자의 기능이 규명되었다. 또한 단일 이온채널의 활성도 측정하고 생리학적 기능을 들여다볼 수 있으며, 외부의 신호를 인식하는 수용체, 다양한 신호전달분자들, 단일 신경세포뿐만 아니라 신경세포 간의 시냅스에서의 분자적 상호작용, 신경망의 생리학적 기능 등등 세포, 분자생물학적 발견이 날마다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날마다 새로운 설명과 새로운 가설을 낳고 있다.
또 다른 기념비적인 연구는, 비록 의식의 본질을 알 수 있는 직접적인 정보를 제공해 주지는 못하지만, 수학적 계산을 하거나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는 등 작업을 하는 동안에 우리의 뇌가 움직이는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는, 각종 첨단 영상기법이 구현해 낸 것이다.
많은 뇌 과학자들은 미래의 신경과학은 기초와 임상연구가 별개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상호보완적인 연구(translational research)를 통하여 이루어지게 될 것으로 예견하고 있으며, 각종 신경질환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뇌는 여전히 수수께끼 같은 존재이지만, 뇌 기능을 이해하고 향상시키려는 우리들의 노력을 가로막지는 못할 것이며 뇌 신비의 수수께끼는 하나씩 베일을 벗어나갈 것이다.
- NEXT 3월호. 김경진 교수님이 보라고 권해 주신 글.
<출처>
http://m.cafe.daum.net/chunbooi/hdWH/100?svc=kakaotalkT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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