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연 연구팀, 기존 자기공명영상과 다른 기법 개발
“특정 주파수 뇌파 진동 부분 영상화, 뇌기능 연결성 관찰”
+ 일문일답: 책임저자 김기웅 박사
뇌파가 만드는 미세한 생체 자기장을 이용해 뇌 기능의 연결망을 시각화할 수 있는 새로운 영상기법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표준연)의 생체신호센터 연구팀은 최근 자기공명영상(MRI)의 기본원리를 응용하되, MRI가 뇌의 혈류(산소)를 측정해 뇌 기능을 영상화하는 것과는 달리 뇌파가 일으키는 미세 자기장에서 공명을 일으키는 수소이온(양성자)을 측정해 뇌 기능을 영상화하는 새로운 기법을 만들어냈다. 이런 성과는 과학저널 <뉴로이미지(Neuro Image)>의 표지 논문으로 최근 실렸다.
논문의 책임저자이자 제1저자인 김기웅 생체신호센터장은 “뇌파가 일으키는 진동자기장이 뇌 속의 양성자를 공명시키는 ‘뇌파 자기공명(BMR; Brainwave Magentic Resonance)’ 현상을 측정함으로써 서로 다른 부위의 뇌 기능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관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장치(SQUID MRI) 안에서는, 어떤 기능을 하는 뇌 부위의 양성자들이 자기공명을 일으키는데 이때 그런 양성자만을 측정함으로써 기능을 행하는 뇌 부위의 위치를 포착해 시각화하는 방식이다.
김 센터장은 원리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뇌파는 뇌 피질 신경의 집단적 흥분에서 발생하는데 이때 작은 신경전류가 발생합니다. 피질에서는 신경이 한 방향으로 잘 정렬되어 있으므로, 집단적으로 꽤 많은 전류가 한 방향으로 흐릅니다. 흐르는 전류 주변에는 자기장이 발생하고, 이 자기장이 양성자를 공명시킵니다.”
여기에는 미세한 외부 자기장을 걸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지구 자기장보다도 훨씬 작은 외부 자기장을 걸어주어야 하기에, 이 장치는 자기장 차폐 시설에서 작동한다. 널리 사용하는 자기공명영상(MRI)의 자기장보다 100만 분의 1 수준이며 지구자기장보다 더 작은 특정 주파수의 외부 자기장을 걸어주면, 이 자기장에 비례하는 주파수를 지닌 뇌파 자기장이 생성된 뇌 부위에서 양성자의 공명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외부 자기장의 주파수를 바꿔주면 그것에 걸맞는 주파수의 뇌파 부위 양성자들이 관측되는 식이다.
김 센터장은 “뇌파자기공명 방식은 뇌 기능을 담당하는 특정 주파수 영역의 뇌파가 진동하는 부분을 영상화하기 때문에 뇌의 각 부분이 뇌파에 의해 연결돼 작동하는 뇌 기능 연결성을 직접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표준연은 보도자료에서 “뇌파자기공명 방식은 낮은 자기장에서 뇌 기능 연결성에 대한 측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 방식에 쓰이는 자기장 세기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에 비해 100만 분의 일 수준”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은 “fMRI 영상에선 자기장 세기의 제곱에 비례해 해상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더 높은 자기장을 지닌 장비가 계속 개발되고 있지만 그만큼 장비 가격이 높아지고 강한 자기장과 전자기파 노출로 인한 인체 유해성 논란도 있다”고 전했다.
표준연은 이번 새로운 뇌파자기공명 방식이 자기장 세기를 더 높이려는 추세와 반대로 오히려 미세한 자기장을 사용하고 생체 자기장을 이용하는 ‘역발상’에서 얻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센터장은 “뇌 기능 연결성을 직접 보여주는 영상 장비를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함으로써 뇌의 신비를 푸는 열쇠가 되는 것은 물론 고가로 거래되는 의료장비의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지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표 논문에서 동물의 신경계를 모사한 실험도구(‘뇌신경 팬텀’)를 사용해 뇌파자기공명 영상화 기법의 원리가 가능함을 입증한 데 이어, 올해 안에 실제 동물의 뇌를 대상으로 뇌 기능 연결성을 새로운 영상기법으로 관측하는 실험을 벌일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 일문일답: 김기웅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생체신호센터장
* 아래는 이번 연구를 이끈 김기웅 박사와 이메일로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꺽쇠괄호 부분은 이메일 일문일답 이후에 좀 더 궁금한 내용을 두고 전화 통화로 나눈 대화로, 통화 이후에 따로 정리해 표현은 기자의 것이다.-사이언스온 ?